교육칼럼(FM통신)
내용
FM통신 18호
제 목 : 상상력을 키워주려면...
안녕하십니까? 17호 통신이후 꼭 2개월 만에 만나는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셨는지요? 그동안 여러 가지 업무가 많아 통신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우선 분당연구소 이전과 새로운 수학 프로그램 준비, 방학특강 준비, 교사진 확충 등이 지난 2개월간 이루어진 주요 업무내용입니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3월에 선보일 수학 프로그램입니다. 본원 신임 연구실장 백희수 박사(수학교육)외에 분야별 수학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작업하고 있으니까 기대하셔도 좋을 것입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그 전에 먼저 퀴즈 하나. "여러분은 '물질'의 반대말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마 대부분 '정신'이라고 대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댄 브라운의 <천사와 악마>를 읽으셨거나, 같은 제목의 영화를 보신 분은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 물질의 반대말은 반물질이야."
영화 <천사와 악마>의 마지막 부분에는 신부가 헬리콥터를 타고 올라가 공중에서 액체폭탄을 터뜨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액체폭탄이 바로 반물질입니다. 쉽게 설명해서 입체가속기의 얇은 막에 물질(소립자)을 계속 부딪치게 하면 물질은 튕겨 나오지만 물질이 아닌 것은 그 막을 통과하게 되는데, 이 막을 통과한 (존재도 없는) 것을 모은 것이 바로 반물질입니다. 반물질의 존재는 실험적으로만 존재할 뿐 우주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것이 우주의 생성에너지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새삼 반물질을 화두로 삼은 것은 바로 물질의 반대 개념을 이렇게 착안해낸 획기적인 상상력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입니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요? 물질의 반대개념은 당연히 물질이 아닌 것(영어로도 반물질은 antimatter)일 텐데 물질처럼 존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 그 상상력이? 물질이 오감으로 지각할 수 있는 것이라면 분명 물질의 반대는 오감으로 지각하지 못할 것이 당연한데 존재하지 않는 반물질을 추출해낸다는 그러한 과학적 개념은 분명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루어진 수많은 과학적 발견들, 그리고 기술적 발명들은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본다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상상력의 출발적 개념이 구체적인 것에서 점점 추상적인 것으로 옮겨가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반물질도 그렇고,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 나노이론, 컴퓨터 등 각종 첨단과학기술들도 그렇습니다.
굳이 이러한 예를 들지 않더라도 '상상력이 창의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모님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근 몇 년간 교육현장의 경험을 들춰볼 때 우리 아이들의 상상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을 저희는 실감합니다. 위기감마저 느낄 정도입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가장 간단한 이유는 상상력은 속성상 여유, 또는 지루한 시간 속에서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아이들은 너무 바빠 지루해할 시간이 없습니다. 지난 17호 통신에서도 언급했지만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의 무료함은 중요한 경험입니다. 무료한 아이는 어떤 경험을 기다리며, 그 무료함 이후에 겪게 될 여러 가지에 대해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디즈니월드를 만든 월트 디즈니는 할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미주리 주의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자랐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상상력은 세상 어느 어린이보다 컸습니다. 둘러보시면 알겠지만 디즈니월드는 상상력(imagination)의 세계라 할 수 있습니다. 디즈니는 어릴 적 아무 것도 할 일 없을 때 했던 자신의 상상을 그대로 현실로 만든 것입니다.
상상력은 또한 이해할 수 없는 것, 볼 수 없는 것을 마음 속으로 그리면서 커집니다. 그러나 요즘의 아이들은 각종 시청각재료를 통해 곧 바로 흡수합니다. 상상할 틈조차, 생각할 틈조차 없이 비디오나 컴퓨터 등을 통해 즉각적인 정보를 얻게 됩니다. 상상력은 또한 놀이의 빈곤상황에서 형성되고 커집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놀 것이 너무 많고, 할 것도 많습니다. 너무 재미있는 컴퓨터 게임은 아이들에게 아예 상상력을 빼앗아 버렸습니다. 아파트와 빌딩 숲에 갇혀 사는 도시의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시각과 발상의 자유마저 억압당하고 있습니다.
문체는 볼품없지만 댄 브라운이 반물질을 소재로 끌어들인 상상력은 평가할 만합니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아바타>는 단지 무대만 우주로 확대했을 뿐 그 스토리의 소재는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문화를 토대로 한 것임에도 그 영화적 상상력과 성취도에선 엄청난 힘을 과시했습니다. 인기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새 소설 <신>에서 세계사 몇 장면과 그리스, 로마신화 몇 가지만으로 6권의 스토리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작품들은 ‘상상력의 힘’으로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한국의 사회현상도 그렇지만 교육 역시 유행을 쫓는 경향이 많습니다. 영어도 그렇고 예체능교육도 그렇습니다. 한해를 시작하는 지금 아이교육에 대해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수동적인 학습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 시간에 너무 쫓기는 것은 아닌지, 비디오 등 시청각물에 너무 노출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아이가 게임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올해는 아이들의 상상력이 쑥쑥 크는 해가 되길 바랍니다.
제 목 : 상상력을 키워주려면...
안녕하십니까? 17호 통신이후 꼭 2개월 만에 만나는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셨는지요? 그동안 여러 가지 업무가 많아 통신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우선 분당연구소 이전과 새로운 수학 프로그램 준비, 방학특강 준비, 교사진 확충 등이 지난 2개월간 이루어진 주요 업무내용입니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3월에 선보일 수학 프로그램입니다. 본원 신임 연구실장 백희수 박사(수학교육)외에 분야별 수학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작업하고 있으니까 기대하셔도 좋을 것입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그 전에 먼저 퀴즈 하나. "여러분은 '물질'의 반대말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마 대부분 '정신'이라고 대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댄 브라운의 <천사와 악마>를 읽으셨거나, 같은 제목의 영화를 보신 분은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 물질의 반대말은 반물질이야."
영화 <천사와 악마>의 마지막 부분에는 신부가 헬리콥터를 타고 올라가 공중에서 액체폭탄을 터뜨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액체폭탄이 바로 반물질입니다. 쉽게 설명해서 입체가속기의 얇은 막에 물질(소립자)을 계속 부딪치게 하면 물질은 튕겨 나오지만 물질이 아닌 것은 그 막을 통과하게 되는데, 이 막을 통과한 (존재도 없는) 것을 모은 것이 바로 반물질입니다. 반물질의 존재는 실험적으로만 존재할 뿐 우주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것이 우주의 생성에너지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새삼 반물질을 화두로 삼은 것은 바로 물질의 반대 개념을 이렇게 착안해낸 획기적인 상상력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입니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요? 물질의 반대개념은 당연히 물질이 아닌 것(영어로도 반물질은 antimatter)일 텐데 물질처럼 존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 그 상상력이? 물질이 오감으로 지각할 수 있는 것이라면 분명 물질의 반대는 오감으로 지각하지 못할 것이 당연한데 존재하지 않는 반물질을 추출해낸다는 그러한 과학적 개념은 분명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루어진 수많은 과학적 발견들, 그리고 기술적 발명들은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본다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상상력의 출발적 개념이 구체적인 것에서 점점 추상적인 것으로 옮겨가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반물질도 그렇고,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 나노이론, 컴퓨터 등 각종 첨단과학기술들도 그렇습니다.
굳이 이러한 예를 들지 않더라도 '상상력이 창의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모님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근 몇 년간 교육현장의 경험을 들춰볼 때 우리 아이들의 상상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을 저희는 실감합니다. 위기감마저 느낄 정도입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가장 간단한 이유는 상상력은 속성상 여유, 또는 지루한 시간 속에서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아이들은 너무 바빠 지루해할 시간이 없습니다. 지난 17호 통신에서도 언급했지만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의 무료함은 중요한 경험입니다. 무료한 아이는 어떤 경험을 기다리며, 그 무료함 이후에 겪게 될 여러 가지에 대해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디즈니월드를 만든 월트 디즈니는 할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미주리 주의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자랐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상상력은 세상 어느 어린이보다 컸습니다. 둘러보시면 알겠지만 디즈니월드는 상상력(imagination)의 세계라 할 수 있습니다. 디즈니는 어릴 적 아무 것도 할 일 없을 때 했던 자신의 상상을 그대로 현실로 만든 것입니다.
상상력은 또한 이해할 수 없는 것, 볼 수 없는 것을 마음 속으로 그리면서 커집니다. 그러나 요즘의 아이들은 각종 시청각재료를 통해 곧 바로 흡수합니다. 상상할 틈조차, 생각할 틈조차 없이 비디오나 컴퓨터 등을 통해 즉각적인 정보를 얻게 됩니다. 상상력은 또한 놀이의 빈곤상황에서 형성되고 커집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놀 것이 너무 많고, 할 것도 많습니다. 너무 재미있는 컴퓨터 게임은 아이들에게 아예 상상력을 빼앗아 버렸습니다. 아파트와 빌딩 숲에 갇혀 사는 도시의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시각과 발상의 자유마저 억압당하고 있습니다.
문체는 볼품없지만 댄 브라운이 반물질을 소재로 끌어들인 상상력은 평가할 만합니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아바타>는 단지 무대만 우주로 확대했을 뿐 그 스토리의 소재는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문화를 토대로 한 것임에도 그 영화적 상상력과 성취도에선 엄청난 힘을 과시했습니다. 인기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새 소설 <신>에서 세계사 몇 장면과 그리스, 로마신화 몇 가지만으로 6권의 스토리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작품들은 ‘상상력의 힘’으로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한국의 사회현상도 그렇지만 교육 역시 유행을 쫓는 경향이 많습니다. 영어도 그렇고 예체능교육도 그렇습니다. 한해를 시작하는 지금 아이교육에 대해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수동적인 학습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 시간에 너무 쫓기는 것은 아닌지, 비디오 등 시청각물에 너무 노출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아이가 게임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올해는 아이들의 상상력이 쑥쑥 크는 해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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