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FM통신)
대기만성(大器晩成)
안녕하세요? 가을 하늘이 무척이나 맑고 높습니다. 바쁘게 흘러가는 삶 속에서 가을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는 가지고 계신가요?
오늘은 한국인의 조급증에 대하여 생각해보기로 하겠습니다. 우리의 모든 삶은 ‘빨리빨리’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느림의 미학’이라는 말이 나왔겠습니까. 현대인들이 얼마나 성질이 급한지는 자판기에서 커피가 나오는 것을 못 기다려 몇 초 안되는 짧은 시간에도 두세 번 고개를 숙이고 종이컵에 커피가 다 채워졌는지 들여다보는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님들의 마음도 예외는 아닙니다. 남보다 더 빨리 더 많이 가르쳐야 안심이 되는 것이 요즈음의 세태입니다. 남의 자녀보다 앞서 가기를 열망하는 부모님들은 ‘비교하기’의 늪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엄친아, 엄친딸과 비교하며 자녀들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월감과 열등감은 상대적입니다. 뛰어난 잠재력이 있는 아이라 할지라도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엄친아 엄친딸과 비교당할 때는 열등한 자아정체성을 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특히 영재아를 둔 부모님들께서는 당신의 자녀가 신속하게 모든 분야에서 군계일학(群鷄一鶴)이 될 것을 기대하며, 수치화할 수 있는 점수, 성적 등에 일희일비하는 태도를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영재아동이 성공적인 인물이 되려면 의외로 거쳐야할 관문들이 많습니다. 아무리 지능이 탁월하다고 해도 안정된 정서, 자기 표현력, 리더십, 의지력, 타인에 대한 배려심 등등이 부족하다면 한 번 쯤은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어렸을 때는 똑똑하고 신통했던 아이가 중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어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공하는 삶을 살게 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요? 수 십 년 전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신동 누구누구, 꼬마 천재 누구누구는 성인이 되어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제가 오늘 제목으로 삼은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말은 지능뿐만이 아니라 앞에서 열거한 모든 것이 다 융합 되어 큰 그릇을 이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첫 걸음을 막 시작하는 영재아동을 눈 앞에 보이는 물리적인 결과로만 채근하는 근시안적인 태도를 버리고 여유를 가지고 아이의 인생을 더 멀리 내다보시고 양육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반대로, 지금은 부모님이 보기에 부족하고 형편없어 보이는 자녀라 할지라도 좋은 교사와 교육기관을 만나면 뛰어난 인물로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다음의 실화를 통해 깨닫기를 바랍니다.
Jhon에게는 교사의 감독 하에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으며 그를 받아주는 새로운 학교가 필요했다. 지금 다니는 학교에서는 거의 중퇴를 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해있었기 때문에 그것은 매우 중요했다. 그런데 컴퓨터에 열정이 있는 새로운 학교의 교사가 Jhon을 받아주었고, Jhon과 함께 어린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러한 프로그램에서 교사와 함께 일하게 된 Jhon은 어린 학생들을 돕는 과정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얻게 되었다. 새로운 학교에 들어간 지 4주 만에 Jhon은 교사보다 훨씬 능숙한 솜씨로 컴퓨터를 다루었고 어린아이들을 돕는 것을 무척 즐거워했다. 학교생활이 즐거워진 Jhon은 수학과 과학을 잘했고 인간관계 능력도 발전하였다. 3년 후 Jhon은 상급학교에 진학했으며 현재 22세의 멋진 청년으로 성장하여 일 년 안에 정보학 석사학위를 받을 것이며 순수과학 분야에서 박사 과정을 밟을 계획를 가지고 있다.>
-‘영재성의 개념과 이론’(학지사)에서 발췌
위 글은 초등학교 때 등교 거부와 의욕상실에 빠졌던 Jhon이 자신의 재능을 인정해준 새로운 교사를 만나 대기만성(大器晩成)을 이룬 사례입니다.
만약 여러분의 자녀가 Jhon과 같다면, 학교에 가기 싫다고, 공부하기 싫다고 하며 컴퓨터와 텔레비전에만 빠져 있는 생활을 한다면 부모님들께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우리들은 자녀들에게 너무 조급하게 기대하고, 또한 너무 빨리 포기하는 것은 아닐까요?
안간힘을 다하여 누에고치를 뚫고 나오는 애벌레가 안쓰러워 누에고치를 인위적으로 잘라주면 애벌레는 날지 못하고 죽어버리고 맙니다.
반면, 훗날 백조로 변신하게 될 미운 오리 새끼가 우리의 가정에서 지금도 구박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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