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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FM통신)

제목

FM통신 10호 운명을 민으십니까?

작성자
관리자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2017
내용
FM통신 10호
제목 : 당신은 운명을 믿으십니까?.

벌써 한 학기가 끝나갑니다.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딱딱하고 지루한 통신을 읽으시느라 애 많이 쓰셨고요. 이번 통신은 저희 연구원의 방학(7월 마지막 주) 전 마지막 통신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애독해주신 부모님들께 보답하는 차원에서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드리고자 합니다.

어린 아이들이 간혹 이런 질문을 합니다. “엄마, 점이 맞는 거야?” 좀 더 큰 고학년 아이들은 같은 질문을 보다 고차원적으로 합니다. “운명이란 게 있는 거야?” 이럴 때 대답하기 참 난감하시죠? 아래 이야기를 잘 기억하셨다가 아이가 질문하면 들려주세요. 이야기 말미에 “운명이란 너의 의지가 결정하는 것이란다”는 말과 함께.

옛날, 중국에 유명한 재상이 있었습니다. 이 재상은 유능했고, 황제 다음의 권력가였으며, 아주 부자였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젊은 시절이 지금처럼 행복했던 것은 아닙니다. 매년 과거시험에 떨어져 집에 있는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알거지가 된 것이죠. 나이 마흔이 되어 과거시험에 또 떨어지자 그는 모든 희망을 잃었습니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자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런데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래, 죽을 때 죽더라도 한번 점이라도 보고 죽자. 내가 이렇게 평생 과거에 떨어져 거지로 살 팔자인지 알아보고 죽어야 억울하지나 않지.’

마침 당시 중국에는 유명한 점쟁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의 관상을 보면 그는 그 사람의 과거는 물론이고 미래까지 정확히 맞히는 능력을 갖고 있어 황제까지도 그에게 점을 볼 정도였습니다. 재상은 그 점쟁이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거지행색의 그를 하인들이 들여보낼 리 만무였지요.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들어와? 여긴 고관대작이나 부자들만 오는 곳이야.” 하지만 죽을 결심까지 한 그를 내보낼 수 없었습니다. “관상 한번 보기 전에는 못 가겠다”고 버티는 재상과 그를 내쫓으려는 하인들의 소란이 점점 커지자 마침내 점쟁이가 무슨 일인지 알아보러 나왔습니다. 재상이 점쟁이에게 죽기 전에 관상이나 한번 봐달라고 엎드려 사정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재상의 얼굴을 힐끗 쳐다본 관상쟁이는 “이놈, 재수 없으니 썩 물러가라”고 호통을 치는 것이었습니다. 더욱 의아심이 든 재상은 관상쟁이에게 죽어도 좋으니 그 이유나 알려달라고 애원했지요. 그러자 관상쟁이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네 관상은 평생 빌어먹을 상이니, 너 같은 관상은 보는 것만으로도 3년간 재수가 없다.”
충격을 받은 재상은 완전히 절망에 빠졌습니다. 살 의미가 없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재상은 강가의 절벽 위로 올라갔습니다. 하늘엔 흰 구름 한 점 두둥실...인생은 참으로 덧없다는 생각을 하며 막 강으로 몸을 던지려는 순간. 그 때 재상의 머리에는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래, 어차피 마지막이니, 한 번만, 딱 한 번만 과거시험 더 보고, 그 때 또 다시 낙방하면 죽자.’

그때부터 재상이 어떻게 공부했는지 말 안 해도 잘 알 것입니다. 1년 뒤 재상은 장원급제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늦은 나이의 장원급제였지만 젊은 시절의 고난이 약이 됐는지 그는 성실과 능력으로 황제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마침내 재상자리에 올랐습니다. 재상이 된 그는 과거의 일을 까맣게 잊고 지냈습니다. 지금의 행복에 겨워 고생스러웠던 과거를 어느새 잊어버린 것이죠. 그러다 20년쯤 지난 어느 날 자신이 점쟁이를 찾아갔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못된 점쟁이 놈. 내가 그놈 말을 믿었으면 지금쯤 황천을 떠돌고 있을텐데...’

재상은 몸에는 거적을 걸치고 얼굴에는 시커멓게 숯을 칠한 뒤 문전박대를 당했던 그때 그 점쟁이 집을 찾아갔습니다. 점쟁이를 혼내주러 말입니다. 당연히 20년 전처럼 문전에서 하인들과 소동이 벌어졌고 그 때처럼 점쟁이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거지꼴을 한 재상을 본 점쟁이가 그만 넙죽 엎드리며 절을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재상이 웬일이냐고 물었더니 점쟁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은 거지로 살지 모르나 조만간 재상의 자리에 오를 것이니 그 때 잘 봐주십시오.” 재상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곤 20년 전 자신이 당한 일과 지금 자신의 위치를 털어 놓으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의아해했습니다. 점쟁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마도 재상님의 의지가 관상을 바꾼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의 결론은 <백범 일지>에 나오는 김구 선생의 일화로 대체하겠습니다. 김구 선생도 젊어 과거에 연속 낙방했습니다. 당시 만성적 엽관제와 부정부패로 관직을 얻기 어려웠던 때문입니다. 선생도 좌절감에 절에서 관상공부를 했습니다. 책을 보며 자신의 관상을 스스로 관찰한 결과 선생은 자신의 상이 ‘빌어먹을 상’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더 큰 좌절감에 빠져 책을 덮으려는 데 맨 마지막 장에서 이런 내용을 발견했습니다. ‘관상보다는 전체적인 인상이 더 중요하고, 인상보다는 심상(마음의 상)이 더 중요하다.’ 마음을 잘 쓰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선생은 여기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고, 역사에 남을 위인이 되었습니다.

다음 주부터 초등학교는 대부분 방학을 시작합니다. 저희 영재원 가족들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여름휴가가 되길 바랍니다.

/추신 : FM통신은 여러분의 e-메일로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시는 분은 교사실에 e-메일 주소를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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