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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FM통신)

제목

FM 통신 30호 - 건강한 부모 되기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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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건강한 부모 되기


FM통신 29대기만성이라는 글에서 영재아를 성공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지능 뿐 아니라 안정된 정서, 사회성, 의지력, 리더십 등 다양한 요인이 뒷받침되어야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요인들은 기본적으로 가정에서 형성됩니다.

 

필자가 교직에 몸담았을 때 만난 두 명의 학생들의 상담 사례를 통하여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부모의 자녀 양육 태도가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보기로 하겠습니다.

 

A양의 어머니는 넉넉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라나 대학 진학을 포기한 분이셨습니다. 동생들이 밑으로 줄줄이 있었기 때문에 고졸로 학력을 마감하고 직장에 들어가 돈을 벌어야했습니다. 그러므로 A양의 어머니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한을 품고 결혼을 하여 그 한을 자녀들에게 풀기 시작하였습니다. 자녀들이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만이 A양 어머니의 삐뚤어진 신앙이 되었습니다. A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어머니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시험 점수를 받으면 매를 맞았다고 하였습니다.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성적에 따라 매를 맞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가정환경에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일방적으로 정해준 공부 스케줄에 따라 기계처럼 공부만 하는 학생이 되었습니다. A양에게는 주체적인 결정권이 용납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되어 자아정체성이 생겨난 후, 엄마의 학습 통제와 체벌은 모성애의 이름으로 포장된 폭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에 의해 조종되던 공부 습관과 성적향상을 위한 몸부림에 의문과 반기를 들며 나는 누구를 위해 공부하는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에 부딪쳐 좌절하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엄마의 로봇이 되어 이끌려온 시간이 텅 빈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회의와 허무함이 쓰나미처럼 밀려왔습니다. 결국 A양은 가출과 자살 충동으로 얼룩진 10대 후반을 보내고 말았습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음은 B양의 이야기입니다. B양의 어머니는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성장하였습니다. 가정 형편은 넉넉했지만 아버지의 폭력에 너무나 큰 상처를 입었고 결국 곪을 대로 곪은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결혼을 하여 아기를 낳았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것은 어떤 형태의 상처라도 치유되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로 그 상처가 대물림 된다는 것입니다. B양은 아주 어릴 때부터 엄마로부터 아무런 이유 없이 여러 가지 형태의 폭력을 당했다고 고백하며 통곡하였습니다. 언어폭력은 기본이고 집안의 집기를 자녀를 향해 던지는 행위, 이유 없는 구타 등등 착하디 착한 B양을 향한 B양어머니의 행동은 충격적이었습니다.

현재 B양과 B양 어머니는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함께 전문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B양이 치유되어 회복되려면 최소한 3년에서 5, 아니면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지금 평범하지 않은 가정의 충격적인 사례를 들어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부모 밑에서 성장한 자녀가 얼마나 큰 고통을 겪는지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가정은 위의 사례와는 거리가 먼, 건강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고 계신 줄 압니다. 그러나 이런 극단적인 예가 아닐지라도 부모님들의 모습 속에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상처가 있는지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완전히 치유되지 못한 상처가 언제 곪아 온 몸에 독소를 뿜어낼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시고 싶으십니까?

부모님들이 먼저 건강하고 행복해져야 됩니다. 자녀를 위해 희생하려고만 하지 말고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의 소리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쓴 뿌리가 남아 있다면 뽑아버리시고 아름다운 꽃씨를 뿌리며 마음의 밭을 가꾸십시오.

EBS우리 00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하신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프로에 출연한 사람들의 극복 사례는 대부분 성장하면서 부모에게 물려받은 상처를 치유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역할극을 통하여 자신의 어릴 적 모습으로 돌아가 자신에게 상처를 준 부모에게 절규하고 통곡하며 가슴 후련히 묵은 감정을 쏟아 놓습니다. 그리곤 지난날의 부모와 화해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이 체험이 치유와 변화의 첫 단계입니다.

환자인 부모가 어떻게 건강한 자녀를 양육할 수 있겠습니까? 아픈 상처를 안고 신음하면서, 받은 상처를 똑같이 자녀들에게 안겨주면서, 어떻게 자녀들의 행복과 성공을 기대하겠습니까?

자녀들에게 비춰지는 부모님들의 행복하고 기쁜 모습이 자녀를 향한 축복의 메시지이자 자녀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입니다. ‘내가 너를 위해서 이렇게 돈과 시간과 몸을 바쳐 희생하는데 너는 왜 이 모양이냐?’고 자녀를 나무라지 말고 먼저 부모님들이 행복해지는 연습을 하시기 바랍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부모님 밑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잔소리가 없어도 스스로 삶을 개척하고, 어디서나 당당하며, 넘어져도 웃으며 일어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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